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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연대기

마라티즈 게임 연대기 2편 : 이 아이가 아니야

by 마라티즈 2025. 4. 1.




 

 

 

 

 

(권장 BGM)

본문을 시작하기 앞서,
포켓몬스터라는 IP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연대기 1편인 록맨 이야기를 보며 공감하신 분들은 물론,
 지금 자라나는 꿈나무 어린이 분들에게도 너무나도 친숙한 IP인 포켓몬.

제 때에는 지상파(KBS)에서 포켓몬스터를 방송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동네 아이들은 모두 포켓몬에 미쳐 있었죠.
어딜 가든 포켓몬이 굴러 다녔습니다.
포켓몬 연필, 필통, 지우개, 인형, 장난감, 딱지, 공책...
 심지어 먹는 것 까지도 포켓몬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시대의 명작 디지몬 어드벤처가 낳은 선택받은 아이들 조차도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파멸적인 머릿수 앞에서는
 "TV 채널을 돌리자" 라는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기 위해서
"탑블레이더" 들이나 "카드캡터" 같은 다른 파벌과 동맹을 맺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저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포켓몬 정규 방송시간을 챙기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뮤츠의 역습" 이었으며
포켓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던 시기였으니까요.

포켓몬스터 극장판 애니메이션 : 뮤츠의 역습



상상력이 가득했던(대문자 N) 저는 당연하게도
"포켓몬 세계는 실제로 어떻게 생긴걸까?"
"포켓몬스터 세상에 가면 어떤 포켓몬을 잡을까?"
"난 어떤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까?"
 
같은 상상을 하며 지냈습니다.
(사실 지금도 하는 상상입니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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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티즈 게임 연대기
제 2편

 

 

 

노려라 포켓몬 마스터




Pokémon
ポケットモンスター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




.
.
.
지난 편(록맨x4)에 이어
"게임"이라는 유흥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 꼬마 마라티즈.
온갖 게임이란 게임은 손을 다 대보며 뭐가 좋고 나쁜지,
자신만의 입맛과 게임도(道)를 찾아나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윗윗윗집 사는 친구가 방학을 맞아 저희 집에 놀러왔어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죠. 
네모낳고, 작고, 약간은 귀를 찢는 듯이 삑삑거리는 효과음이 나는 무언가를.


게임보이 컬러. 명실상부 최후이자 최고의 8비트 휴대용 콘솔.


"느 이거 없제?"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이었지만,
게임을 하는 기계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물.
그때의 저는 이미 꽤나 깐깐한(?) 기준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로. 제 첫사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보이의 첫 인상은 시시했어요. 
불빛도 잘 안 들어오는 그 쪼매난 화면에서
저를 놀라게 할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게임이 나와도 편협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록맨이 더 재밌어"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표정은 저의 그것보다 몇 배는 건방진 얼굴이었고,



제가 우매함의 봉우리의 꼭대기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맙니다.



포켓몬스터 적/록. 1996.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2022.


포켓몬스터 본가 시리즈는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IP를 낳은 게임 시리즈입니다.

1996년도에 시작된 턴제 수집형 RPG로
휴대용(포터블) 게임 기기 대중화의 전령이자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서
새 시리즈가 출시만 됐다 하면 어쨌든
수 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게임프리크(GAME FREAK)사의 대표작이죠.




게임 플레이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포켓몬을 육성하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
다들 최소 한 번은 들어보셨을 "몬스터 볼" 이라는
 휴대용 캡슐로 포획한 포켓몬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게임으로,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와 실력 경쟁을 하게 되며
그 전개 또한 단순명쾌하게 "실력 증명"과 "악당 퇴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포켓몬을 잡아서, 내키는 대로 모험을 떠난다...
단순하지만 무척이나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포켓몬 GO가 이것을 은근슬쩍 구현한 게임이죠)




그리고 이 포켓몬 게임은 전염성이 있었습니다.
학교, 학원, 놀이터, 문방구까지 이 휴대용 역병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수많은 아이들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고 맙니다.
무려 통신교환까지 가능해 플레이 타임의 증식까지 유발하는 이 게임은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자자한 녀석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미 PC게임 쪽으로 발을 들였고...
부모님은 손쉽게 제게 포켓몬을 안겨주지 않으셨습니다.
이건 그것과 다른 게임이라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먹히지 않았어요.

결국 포없찐인 저는 친구들의 게임을 구경하고,
빌려 노는 것으로 포켓몬 트레이너의 꿈을 꾸었습니다.
당연히 저만의 게임보이가 너무나도 갖고 싶었죠.



그리고 반 년 쯤 뒤에 찾아온 제 생일이 되어서야
아빠는 꿈에도 그리던 저만의 포켓몬을 제게 안겨 주셨습니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32비트로 게임보이 컬러의 최상위 기종. 2002년 국내 발매.


그것도 최신의 미끈한 녀석으로요!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갖게 되면 버릇없는 아이가 되는 것은 물론,
얼마 안 가서 시들시들할까봐 바로 사 주지 않았다고 하셨으니...!
역시 사람은 꿈을 잃지 않아야 하는 법입니다!

달맞이산 입구


싱글벙글,
꿈에도 그리던 첫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기나긴 동굴을 빠져나온 기분이었죠.

그렇습니다, 첫 모험.
빌려 한다는 것은 항상 중간지점을 의미했기 때문에,
저는 포켓몬 게임을 아주 파편적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이번에야말로 1부터 100까지모든 과정을 제 손으로 오롯이 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몸을 부르르 떨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온 저의 첫 파트너로는 파이리를 골랐습니다.
리자몽 멋있잖아요 리자몽.


포켓몬스터의 기념비적인 첫 전투. 라이벌은 유리한 속성을 고르는 전통이 있었다 (불<물<풀<불)




할퀴기 연타로 라이벌의 꼬부기를 쓰러뜨리고
상록숲, 회색시티, 달맞이산, 블루시티...
애니메이션처럼 강한 트레이너의 증명인 뱃지를 모으고,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들은 장소들을 지나며
한 명의 트레이너가 되는 모든 순간을 음미하던 저는

이 게임이 익숙해 질 때 즈음 엄청난 시련에 봉착하고 맙니다.

블루시티 체육관.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되는 체육관입니다.



블루시티 체육관 내부

 

 

vs체육관장. 보스전에 해당하는 전투입니다.


...뭔가 익숙하죠?



맞습니다.
그 이름 최이슬.
포켓몬 무인편의 히로인.
물 타입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포켓몬스터 1세대의
두 번째 체육관인 블루시티 체육관 관장.

파이리를 고른 저는 이 녀석에게 지옥 그 자체를 맛보고 맙니다.

.
.
.
Q. "마라티즈는 왜 지옥에 떨어졌는가?" 에 대하여.

 

항상 밥을 해줬어


여기 보이는 이 녀석은
첫 번째 체육관인 회색시티 체육관 관장인 웅.
이 친구도 아주 익숙한 친구죠.
바위 타입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롱스톤vs파이리. 웅이의 에이스입니다.
포켓몬스터 무인편 5화로부터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은 이 장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우의 피카츄가 웅이의 롱스톤에게 쪽도 못 쓰고 당하는 아주 처참한 장면이죠.
저렇게 당하는 이유는 작은 피카츄와 거대한 롱스톤 간의 체급 차이가 아니라,
포켓몬이 가위바위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대로 포켓몬은 상성이라는 요소가 굉장히 큰 비중을 갖는 게임으로,
강한 속성이라면 2배로 공격할 수 있고 방어할 때는 0.5배.
심하면 공격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시스템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 표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바위/땅 속성인 롱스톤은 불꽃 속성인 파이리의 화염 공격은 물론
타고난 발톱으로 할퀴는 노말(일종의 물리 타입) 공격까지 싹 0.5배로 받는 억지를 부립니다.
전기 타입(피카츄)의 공격에는 지면 타입이 전기 공격을 0배로 작용해 무효로 돌려버리는 폭거를 보여주죠.
...제 파이리는 이 롱스톤을 잡기 위해 장장 2시간을 도전해야 했습니다.
웅이한테 승리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있거든요.

.
.
.
다시 돌아가서,
이슬이는 물 타입 스페셜리스트로서
애니메이션처럼 아쿠스타라는 물 타입 포켓몬을 에이스로 기용합니다.
불 타입을 2배로 공격하며, 0.5배로 얻어맞는 물 타입을요.

단 한 대 맞았습니다




물의 악마, 재앙의 별 그 이름 아쿠스타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저 당시 리자드로 아쿠스타를 이기는 건 불가능해요.
아쿠스타는 기본적인 몸뚱이조차 리자드(파이리 진화)보다 빠르고,강한데 속성까지 완벽히 상성=천적 관계인 녀석이거든요.

"록맨을 하고 왔는데, 컨트롤로 극복하면 되지."

저도 얼마나 그러고 싶었을까요.
아쉽게도 포켓몬스터는 턴제 게임입니다.
속도 능력치가 더 빠른 순으로 선공/후공을 정하고,
양측 다 한 턴에 한 번씩 행동을 하는 게임이죠.

쉽게 말해서 제 리자드는 아쿠스타한테 먼저 + 2배로 아프게 맞게 됩니다
반격의 기회조차 없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냥 보시죠.

맞은 건 니드퀸이지만 리자드는 더 심한 꼴을 당한다


극악무도한 기술, 거품광선입니다.
1세대 당시에는 이슬이의 아쿠스타만 쓰는 전용기로,
위력 65라는 초반 치고는 강력한 공격이죠. (보통 극초반 공격기의 위력은 35~40입니다)

65.
65x2 = 130
자속성 보정(기술과 포켓몬의 타입이 일치하면 위력이 증가함) x1.5 =

"195"



ㅇㅇ
물에 약한 땅, 돌, 불 타입 포켓몬은 평등하게 구멍이 나고 맙니다. 
이렇게 리자몽이 멋있다고 파이리를 고른 아이들은 여기서 전부 바다 깊은 곳으로 침몰하게 되는 것이죠.



...아쿠스타는 커녕 진화 전인 별가사리도 못 이기는 리자드.
이슬이를 불 타입으로 정복하려면 리자몽 정도는 데려와야 합니다.

...그럼 키우면 되죠.
진화가 보장되어 있는데 뭐 어떻습니까?
느긋하게 산도 보고 들도 보고 하면서 모험을 하면 언젠가 진화하겠죠.

언젠가? 언제?

킹갓나무위키펌


바로 36레벨에.


이슬이의 아쿠스타는 21레벨입니다.
즉, 제작자가 의도한 두 번째 체육관의 레벨 디자인은 20레벨 초중반 정도인 거죠.



이 타이밍에 36레벨을 달성하려면 주변 모든 포켓몬의 씨를 말려야 합니다.
모 유명 게임의 몰살 루트도 아니고 대체 뭐 하는 짓일까요?

물론 그 시대는 요즘처럼 정보가 이렇게 얻기 쉬운 것이 아니었어서 36레벨에 진화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하다 보면 진화하는 거에요.
저는 그런 기약없는 짓을 할 정도의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23레벨 실패.
24레벨 실패.
25레벨 실패.
26레벨 실패.
27레벨 실패.

거듭된 실패 끝에 저는 울 수 밖에 없었고,
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풀 타입 포켓몬을 잡으면 됩니다.
제작자의 의도도 그거일 거에요.
"가위바위보 게임이니까 가위 , 바위, 보를 전부 들고 다녀!"
그러니 한번에 6마리씩이나 데리고 다닐 수 있게 해 놧겠죠.

하지만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모다피 (레벨 10언저리의 풀 타입)를 키워서
21레벨 아쿠스타에게 도전한다는 발상은
리자드를 계속 키우는 것 보다도 더욱 먼 길이라 판단하고 만 저는 결국...




게임을 새롭게 시작하고 맙니다. 

이슬이 담당 일진


이상해씨를 골라서요.

결국 저의 첫 단짝은 이상해씨가 되고 맙니다.
풀 타입의 힘으로 이슬이를 처단한 뒤,
첫 도전을 반면교사 삼아 여러 타입의 포켓몬을 키우게 된 저는
분명 난관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헤쳐 나갔고...

시간은 흘러흘러

사천왕. 칸나, 시바, 국화, 목호.

 

그리고 챔피언인 라이벌(그린).



시리즈의 첫 번째 엔딩을 보게 됩니다.
80시간 정도가 걸렸고,
저는 이 모험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잊을 생각도 없지요.

1세대의 엔딩을 볼 때 쯤엔 시기적절하게도
국내 포켓몬 게임의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린 초초초명작이 나와줬습니다.

왜 금이 아니냐고요? 루기아가 이쁘니까.

 

 

브케인 귀여워요


일신된 그래픽, 사운드에 역대급 볼륨까지.
모험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죠.
그렇게 몇 년이 흘러 포켓몬 세계에서 200시간, 300시간, 거의 1000 시간 정도 채웠을까요.
포켓몬 트레이너라는 정체성이 저를 상당 부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었고,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제게 있어서 단순 오락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거죠.

그런 저에게 포켓몬은 추억이 한가득인 유년기와 모험심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도 포켓몬 신작 발매일을 기다리고,
포켓몬만을 위해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포켓몬 덕분에 그렇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 제 스타일이 되었죠.
록맨이 가르쳐준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는 재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게임을 하나의 세상으로 대하게 된 거에요.

지금도 게임 사운드트랙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저장해 놓았으며,
게임 스토리와 컨셉아트를 찾아 즐기고 있습니다.
제게 게임은 놀이이기도 하고, 종합문화예술이기도 하고, 친구를 만드는 공간이기도 한 거에요.

...그리고 그게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
.
.
.
마치 게임처럼 우리 모두 역시 한 가지 모습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자식, 형제자매, 친구, 연인, 원수, 은인.
여러분처럼 제게도 여러 모습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지요.
그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는 나이인 10살부터 시작된 모습.


포켓몬 트레이너, 나.



게임 프리크와 닌텐도,
저의 오랜 친구인 포켓몬들,
그리고 긴 글 읽어주신 방문자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 _ _ )






제 최애 포켓몬입니다










다음편 예고

 

 

 

 

무려 이건 제 겁니다



차마 눈뜨고 못 볼 만행



마라티즈 게임 연대기 3편 :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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